호주 정부 “광범위한 노동시장 혼란 증거는 아직 없어”
핵심 요약
- SGS 이코노믹스 앤드 플래닝 분석에서 시드니 도심의 금융·전문서비스 업무가 AI 자동화에 크게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직무 변화에 대비한 재교육과 전환 지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호주(Australia) 시드니(Sydney)의 금융·전문서비스 중심 지역이 인공지능(AI) 자동화에 가장 많이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업체 SGS 이코노믹스 앤드 플래닝(SGS Economics and Planning)의 분석에 따르면 시드니시와 노스시드니(North Sydney) 지방정부 구역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업무 중 45% 넘게 AI 자동화에 노출돼 있다. 다만 이는 업무의 자동화 노출 정도를 측정한 수치로, 일자리 전체가 사라질 확률을 뜻하지 않는다.
보고서는 연방기관 잡스 앤드 스킬스 오스트레일리아(Jobs and Skills Australia)의 직업별 AI 자동화 노출 추정치와 인구조사 고용자료를 결합해 근무지와 거주지별 노출 정도를 지도화했다. 금융, 전문서비스, 기술, 비즈니스 서비스 분야의 도심 근로자들이 AI로 직무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최근 수십 년간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일자리 상실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던 집단이다.
근무지 기준으로는 매쿼리파크(Macquarie Park) 고용 중심지를 포함한 라이드(Ryde)가 43%, 윌러비(Willoughby)와 패러매타(Parramatta)가 각각 42%였다. 중심업무지구에서 멀어질수록 비중이 낮아져 힐스샤이어(Hills Shire)는 약 40%, 블랙타운(Blacktown)은 37%, 호크스베리(Hawkesbury)는 35%를 기록했다. 현장에 있어야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많은 NSW주 일부 지방 지역은 약 30%에 그쳤다.
거주지 기준으로도 지식경제 일자리가 밀집한 시드니 북부 해안 하단 지역과 동부 교외의 노출 비중이 높았다. 노스시드니, 윌러비, 쿠링가이(Ku-ring-gai), 레인코브(Lane Cove) 주민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약 43%가 AI 자동화에 노출됐고, 울라라(Woollahra)와 웨이벌리(Waverley)는 42%였다.
시드니 외 도심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멜버른(Melbourne)시의 노출 비중은 44.5%, 포트필립(Port Philip)은 42.3%였다. 애들레이드(Adelaide)시와 퍼스(Perth)시는 각각 43%, 호주 수도준주(Australian Capital Territory)는 41%, 브리즈번(Brisbane)시는 40%로 집계됐다. NSW주 지방 도시 중에는 뉴캐슬(Newcastle)이 38%, 울런공(Wollongong)·앨버리(Albury)·아미데일(Armidale)이 각각 37%였다.
이번 변화는 1980~1990년대 제조업 자동화와 외주화가 외곽 교외와 지방의 고용을 크게 흔들었던 흐름과 다르다. 지난 30년간 산업용 로봇 도입, 무역장벽 완화, 저비용 해외 경쟁 속에서 제조업의 경제 산출 비중은 꾸준히 줄었고, 금융·전문서비스·정보기술 같은 지식집약 서비스는 크게 성장했다. 당시 연방·주 정부는 전환의 영향을 받는 제조업체와 근로자들을 지원했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앨리슨 홀러웨이 SGS 이코노믹스 앤드 플래닝 파트너는 “이전 자동화 물결은 반복적인 수작업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제조업 지역과 농업 지역에서 영향이 가장 컸다”며 “AI는 이제 사무실에서 수행하는 인지적 업무의 일부를 맡을 수 있고, 그런 일자리는 도시의 전문직 중심지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무 전환에 맞춘 재교육과 근로자 지원이 필요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아만다 리시워스 연방 고용·노사관계 장관은 지금까지 호주 노동시장에서 AI가 광범위한 혼란을 일으켰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근로자들은 AI를 도입하면서 자신을 대체할 대상을 훈련시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며 “호주 정부는 노동시장 변화의 영향을 받는 호주인들을 위한 근무환경과 지원이 적절하게 유지되도록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리시워스 장관에 따르면 앨버니지 정부는 직장 내 안전한 AI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출범한 AI 고용·일터 포럼에는 정부, 고용주, 노동조합이 참여해 기회와 과제를 논의했다. 지난 7월 발표된 산업부 수석경제학자실 연구 역시 AI로 인한 광범위한 노동시장 격변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 다만 생성형 AI에 더 많이 노출된 직업의 고용은 다른 직업보다 느리게 늘었다.
NSW주 정부 대변인은 “올해 이 기술의 영향을 정부가 점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AI 전담 조직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이어 “AI 전담 조직 설립과 지속적인 기술·훈련 투자를 통해 이 기술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며 “NSW주 정부는 소수가 아니라 다수가 AI의 혜택을 누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시드니위원회(Committee for Sydney)의 제러미 길 정책 책임자는 AI 자동화에 대비한 교육과 역량 개발이 노동시장 진입 단계와 은퇴를 앞둔 단계 모두에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자동화 위험이 높은 지역에 살고 일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대체당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다만 그들에게 필요한 역량, 직무에서 수행하는 과제와 일의 종류가 달라진다는 뜻이며, 그들과 시드니가 이에 대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새로운 졸업생들이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준비되지 않은 세대가 노동시장에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퇴할 수 있을 때까지 아직 10년이나 15년을 더 일해야 하지만 이 기술이 매우 낯설 수 있는 근로자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라며 “그들을 고려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제조업·의료·건설의 현장 업무 다수는 AI 충격에 더 강할 가능성이 있으며, 시드니에서는 이런 일자리와 근로자 상당수가 서부와 남서부에 자리한다고 덧붙였다.
홀러웨이는 AI 도입의 경제적 이익을 고르게 나누기 위한 정책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큰 질문은 AI의 생산성 향상으로 누가 이익을 얻느냐는 것”이라며 “그 이익이 민간 자본이나 사업주에게 돌아가는가, 아니면 실제로 근로자와 지역사회에 혜택을 주는가”라고 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