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티턴 국립공원, AI로 여행 정보 얻는 방문객 비율 0%서 26%로
핵심 요약
- 미국과 캐나다에서 AI 챗봇을 참고해 산행을 준비한 뒤 구조된 사례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그럴듯한 오정보와 비판적 사고를 포기하는 ‘인지적 항복’을 경계하며 공신력 있는 자료와의 교차 확인을 권했다.
미국(US)과 캐나다(Canada)에서 인공지능(AI) 챗봇을 참고해 산행을 준비했다가 구조를 요청한 사례가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챗봇이 그럴듯한 오정보를 제시하고 이용자의 비판적 판단을 약화할 수 있다며, 산행 정보는 공신력 있는 자료와 교차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AI 이용 증가가 오지 사고와 수색·구조 증가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와이오밍주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의 칩 젱킨스 공원장에 따르면, 지난 1년간 AI로 여행 정보를 얻었다고 답한 방문객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그는 “0%에서 26%로 늘었다. 그리고 나는 그 증가 곡선이 평탄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AI가 야외활동 계획에 활용되는 가운데 구조 현장에서는 잘못된 정보나 준비 부족을 동반한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캘리포니아 북부 샤스타산에서는 20세 등산객 3명이 구글(Google)의 AI 챗봇 제미나이(Gemini)에 일부 의존해 계획을 세웠다가 위험에 처했다. 이들은 나중에 식량을 충분히 챙기지 않았고 체력을 과신했다고 인정했다. 늦은 오후에도 정상에 닿지 못했지만 돌아서지 않고 오후 7시 30분에 정상에 올랐고, 어둠 속에서 하산해야 했다. 아침에는 험한 구간에서 길을 잃었고 한 명은 무릎을 다쳤다. 구조 요청에 대응한 미국 산림청 샤스타산 야생지역 등반·눈사태 센터의 닉 마이어스 프로그램 매니저는 “준비 없이 오거나 아무 조사도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적어도 시도는 했다”며 “하지만 생각을 멈춰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이어스는 AI가 허용한다고 했다는 이유로 야영 금지 표지판 근처에 텐트를 친 방문객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의 팀은 인근 산의 주요 지형을 반대편에 표시한 AI 생성 지도를 들고 등산로 입구를 헤매는 남성도 만났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는 앤스로픽(Anthropic)의 챗봇 클로드(Claude)로 산행 계획을 짠 16세 등산객이 크라운산 뒤편 위도메이커 아레트의 바위턱에서 헬기로 구조됐다. AI 이용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캐나다와 미국에서 확산했지만, 이 등산객은 나중에 구글 지도와 등산 앱 올트레일스(AllTrails)도 참고했다고 밝혔다.
AI 활용과 구조 건수의 관계는 단정하기 어렵다. 마이어스의 사무소는 캘리포니아 북부의 넓은 야생지역을 담당하며 연평균 12건가량 구조한다. 2026년도 평균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와이오밍주의 수색·구조 요청은 오히려 줄었다. 2026년 현재까지 312건으로, 2025년 전체 466건, 2024년 전체 377건과 비교된다. 일부 수색·구조 경험자들은 AI 챗봇이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새로운 도구일 뿐이라고 본다. 이전에도 소셜미디어와 구글 지도, 스마트폰 연결에 의존한 야외활동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AI와 수색·구조를 연구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클렘슨대의 크리스 플래스먼 인간 중심 컴퓨팅 교수는 챗봇이 오정보를 사실처럼 제시하는 ‘환각’뿐 아니라 ‘인지적 항복’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사람은 AI 시스템과 함께 일할 때 거기에 너무 깊이 빠져 스스로 비판적으로 생각하기를 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소한 주제에서 AI가 전문가처럼 행동하면 이용자는 오류를 가려내기 어렵고, 비판적 사고를 멈춘 뒤에는 스트레스가 큰 오지 상황에서 이를 되살리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플래스먼 등은 챗봇이 참고 자료의 신뢰성과 관계없이 이용자가 듣고 싶어 하는 답을 권위 있게 제시하는 경향도 지적했다. 클로드나 ChatGPT가 제공하는 상세한 안내가 레딧(Reddit) 게시물이나 오래된 유튜브(YouTube) 영상에 근거하거나 완전히 지어낸 내용일 수 있다. 틱톡(TikTok)과 인스타그램(Instagram)이 여행의 영감을 주는 데 비해 AI는 옳든 그르든 구체적인 지침과 격려까지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장소로 향할 때 최신 공공 토지 관리기관 지도와 웹사이트, 등산로 관련 단체 웹사이트, 안내서 등 신뢰할 수 있는 자료로 정보를 다시 확인하라고 권했다. 실제 가이드나 국유림 담당자, 공원 관리인에게 직접 묻는 것도 방법이다. 마이어스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곳에 가려 한다면 계획을 진지하게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