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개국 비준한 생물무기금지협약에도 국제 사찰 체계는 부재

핵심 요약

  • 앤트로픽은 AI 비서 Claude를 생물무기 연구에 활용하려는 것으로 의심되는 시도를 다수 차단했다고 밝혔다. 의료 예방 연구와 군사적 악용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 통제의 과제로 꼽힌다.

인공지능(AI)이 생물무기 개발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국내정보기관 MI5의 켄 매컬럼 국장은 2026년 10월 AI가 비국가 행위자를 포함해 기존 또는 새로운 생물무기로 인한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United States) 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은 2026년 9월 보고서에서 AI 비서 Claude를 생물무기 연구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는 용도로 쓰려는 시도를 다수 식별해 차단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이른바 기능획득(gain-of-function) 연구의 지원금 신청과 포유류에 전파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조류인플루엔자 변종을 연구하는 프로젝트가 포함됐다. 앤트로픽은 이런 연구가 군사적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의료적 예방과 관련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생명공학은 병원체를 갈수록 정밀하게 분석·변형하고,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평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장기적인 악용 가능성을 경고하는 배경이다. 통제의 난점은 백신·의약품 개발에 쓰는 실험실 장비와 기술이 이론적으로 군사 연구에도 쓰일 수 있다는 이중용도 문제다. 생물학적 공격은 초기에는 자연적인 감염병 발생처럼 보일 수 있어, 병원체의 의도적 살포 여부를 확인하려면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생물무기는 국제법으로 금지돼 있다. 1975년 발효한 생물무기금지협약(BWC)은 생물·독소무기의 개발, 비축, 획득, 보유, 생산, 이전을 금지하며 189개국이 비준했다. 전쟁에서 생물무기 사용을 금지한 1925년 제네바 의정서를 발전시킨 협약으로, 가입국은 모든 비축분과 생산시설, 운반수단을 폐기할 의무도 진다. 이스라엘(Israel), 이집트(Egypt), 시리아(Syria) 등 일부 국가는 서명하지 않았거나 서명 후 비준하지 않았다.

화학무기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화학무기금지협약에 따라 사찰과 비축 무기 폐기를 감독하지만, 생물무기에는 이에 상응하는 통제 체계가 없다. 각국은 사찰로 의학·생명공학·제약 분야의 민감한 연구 자료가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생물무기 통제는 투명성과 자발적 보고, 선의에 크게 의존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군축실은 사람·동물·식물을 해칠 목적으로 생물학적 물질을 의도적으로 방출하는 것을 생물무기로 정의한다. 세균·바이러스·진균과 일부 생물학적 독소가 무기화될 수 있다. 생물무기는 보통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작용제와 이를 퍼뜨리는 운반·살포 수단으로 이뤄진다. 탄저균은 대표적인 생물무기 작용제로, 저항력이 강한 포자가 환경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어 국가 생물무기 프로그램의 연구 대상이 되기도 했다.

화학무기가 사린·겨자가스 같은 물질의 독성으로 수초 또는 수분 안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데 비해, 생물무기의 영향은 수시간에서 수일, 길게는 수주 뒤 나타난다. 일부 병원체는 사람 사이에서도 전파돼 피해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다. 생물무기는 핵무기·화학무기와 함께 이른바 ABC 무기로 분류되며, 대량살상무기로도 꼽힌다.

금지협약만으로 실제 사용을 막기 어렵다는 점은 2001년 미국 탄저균 우편물 사건에서도 드러났다. 9·11 테러 수주 뒤 탄저균 포자가 든 편지를 받은 사람들이 나오면서 22명이 감염됐고 5명이 숨졌다. 역사적으로는 우물에 독을 풀거나 포위된 도시 안으로 페스트 희생자의 시신을 투석기로 던졌다는 기록도 있지만, 이런 방법의 효과에는 논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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