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시행 예정이던 과세, 세 차례 연기로 2027년 1월까지 밀려
핵심 요약
- 이석형 대구신문 객원논설위원은 가상자산 과세 추가 유예 논의가 조세 형평성과 정책 신뢰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거래 정보 확보 방안과 과세 시스템 구축 일정 공개를 촉구했다.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다시 유예하려는 정부·여당의 움직임을 두고 조세 원칙과 정책 신뢰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석형 대구신문 객원논설위원·행정학 박사는 칼럼에서 추가 연기보다 투명한 거래 정보 확보 방안과 구체적인 과세 시스템 구축 일정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돼 당초 2022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투자자 반발과 정치권의 대응 속에 2023년, 2025년, 2027년 1월로 세 차례 미뤄졌다. 칼럼은 여기에 2년 안팎의 추가 유예까지 가시화하면서 과세가 6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 번째 유예가 현실화하면 정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와 업계가 내세우는 유예 근거는 국세청 과세 시스템 인프라 미비, 가상자산 거래소의 준비기간 부족, 미국 등 주요국의 국제자동정보교환체계(CARF) 참여 시점과의 시차다. 해외 거래소 이용자와 국내 거래소 이용자 사이에 조세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논리도 제시된다. 이 위원은 해외 거래소와의 정보 격차와 국제 공조의 한계는 최초 입법 때부터 예견할 수 있었던 문제라며, 완벽한 여건을 기다린다는 이유로 과세를 계속 미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칼럼은 추가 유예 논의의 배경에 청년층 민심 이반과 다가오는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계산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최근까지 추가 유예에 부정적이던 정부·여당이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2030세대의 지지율 회복에 과세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여론을 의식해 방향을 바꾼 것으로 봤다. 조세 정의보다 지지율 회복을 앞세운다는 지적도 이 같은 판단에 근거한다.
준비 부족을 반복해서 유예 사유로 삼는 데 대해서도 책임을 물었다. 법적 근거를 마련한 2020년부터 6년이라는 준비기간이 있었는데도 국내 주요 거래소의 과세 시스템이 여전히 초기 검토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는 점을 짚었다. 정부가 시행 시기를 거듭 늦추면서 업계가 비용을 들여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할 유인을 잃었고, 시장에 어차피 또 미뤄질 것이라는 인식이 퍼졌다는 비판을 폈다. 제도의 미비점은 시행 과정에서 보완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위원은 법을 제정하고도 실행하지 않는 유법불행(有法不行)이 가상자산 과세 정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입법은 사회적 합의이자 국민과의 약속인데, 시행을 앞둘 때마다 표심에 따라 물러서면 법의 권위와 규범으로서의 힘이 약해진다는 지적이다. 반복적인 유예는 강하게 저항하면 정부가 밀린다는 신호를 주고,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근로소득자와 다른 자산 투자자의 상대적 박탈감과 조세 저항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청년층의 투자 부담을 덜고 시장 활력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는 인정하면서도 특정 자산에 영구적인 과세 특혜를 주거나 무책임하게 시행을 미루는 방식에는 선을 그었다. 청년 세대의 불안과 불만은 세금 감면만으로 해결하기보다 공정한 시장 질서와 합리적인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 해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와 정치권에는 추가 유예 대신 과세 준비의 구체적인 경로를 공개하고 법을 공정하게 집행할 것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