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MW 초과 시설에 환경평가 의무화…주민들은 전면 유예 요구
핵심 요약
- 스코틀랜드 오크터툴 주민들이 ILI그룹의 50억 파운드 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마을보다 넓은 부지와 물 사용, 1000년 된 성터 훼손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스코틀랜드(Scotland)의 인구 600명 마을 오크터툴(Auchtertool)에서 600MW 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아이리시타임스에 따르면 개발사 아일리아이그룹(ILI Group)이 추진하는 50억 파운드(60억 유로) 규모의 Cato 사업은 마을 전체보다 넓은 농지에 들어설 예정으로, 주민들은 시설 규모와 물 사용, 역사 유적 훼손을 우려한다.
계획대로 지어지면 유럽 최대급 데이터센터 중 하나가 될 이 시설은 에든버러(Edinburgh) 전체가 쓰는 전력의 두 배에 해당하는 전력을 소비하게 된다. 높이가 최대 35m인 대형 건물 여러 동에 서버를 채우며, 부지에는 1000년 된 할리어즈성(Hallyards Castle) 유적도 있다. 주민들은 들판에 이층버스를 여덟아홉 대 높이로 쌓아 줄지어 놓는 것에 시설 규모를 빗댄다.
사업에 반대하는 안드레아 케일 오크터툴 지역협의회 의장은 “마을의 많은 사람이 몹시 불안해한다”며 “상당히 두려워한다. 규모가 그저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건물만이 아니다. 수백 대에 이를 수도 있는 비상발전기와 많은 물을 쓰는 데이터센터가 기존 생활환경에 미칠 영향도 쟁점이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비판이 확산하자 50MW를 초과하는 모든 데이터센터에 환경영향평가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Cato의 인허가 절차도 지연됐다. 2026년 마련될 새 계획 지침을 기다리는 동안 신규 대형 데이터센터 개발은 사실상 일시 중단된 상태다. 반대 단체들은 전면적인 개발 유예를 요구하지만, 정부는 개발사들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오크터툴의 갈등은 AI용 대형 데이터센터를 둘러싸고 스코틀랜드 곳곳에서 커지는 주민 반발의 한 사례다. 현재 스코틀랜드에서는 25건이 넘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이 여러 계획 단계에 있다. 각 지역 주민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며 정치권에 개발 중단을 요구한다.
스코틀랜드 정부가 처음 데이터센터 개발을 장려한 배경에는 재생에너지의 여유 발전능력이 있었다. 전력망 연결이 부실해 활용하지 못하는 전기를 데이터센터가 소비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애버딘대학교 에너지 전환 책임자인 존 언더힐 교수는 “스코틀랜드에는 14GW의 재생에너지 발전능력이 있지만 실제로 사용되는 것은 4GW뿐”이라고 말했다.
언더힐 교수는 “정부는 처음에 데이터센터의 장점을 봤다. 남는 전력을 활용할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 주민들이 이런 시설의 규모에 반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사회를 함께 이끌어 가야지, 지역사회에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오크터툴은 에든버러에서 북쪽으로 40km 떨어진 파이프(Fife)의 작은 마을이다. 식당이나 상점은 없고 공동체 펍은 한 달에 한 번만 문을 연다. 그러나 주민들이 산업시설 자체를 낯설어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는 에너지저장용 배터리 시설과 풍력발전단지 두 곳, 변전소가 있으며, 4마일 떨어진 모스모런(Mossmorran)에는 액화가스와 플라스틱 원료인 에틸렌을 다루는 산업시설이 있다.
주민들은 기존 에너지 시설이 잉여 액체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빛의 영향도 겪었다. 케일 의장은 “에든버러에서도 밤하늘의 불빛을 볼 수 있었다. 폭탄이 터진 것처럼 보이곤 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인근 170에이커 규모 태양광발전소까지 허가를 받으면서 주민들은 이미 충분한 부담을 졌다고 느꼈다는 게 케일 의장의 설명이다.
ILI그룹이 처음 사업을 제안한 것은 2025년 봄이다. 회사는 그해 마을회관에서 주민 의견을 듣고 지역협의회와도 만났다. 하지만 초기에는 세부 정보가 부족했고, 주민들은 무엇이 들어서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케일 의장은 말했다. 이후 공개된 건물 높이도 주민들이 처음 안내받았다고 주장하는 수준보다 크게 높아졌다.
본격적인 반대 움직임은 2026년 초 스코틀랜드 전역의 데이터센터 논쟁이 커지면서 시작됐다. 농촌 보전 운동단체 등이 각 지역을 연결했고, 오크터툴 지역협의회 위원들도 공동 회의에 참석했다. 이들은 당시 Cato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규모의 계획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케일 의장은 “그것이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ILI그룹은 2026년 초 파이프 의회에 개발계획의 원칙적 승인을 신청했다. 주민들은 신청에 앞서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것으로 기대했던 터라 불만이 커졌다. 계획 부지 맞은편에서 통나무집 숙박업을 하는 주민 조너선 리치는 마을이 오랫동안 물 부족을 겪었다며 “교회에 쓸 물조차 없다. 신도들은 밖에 있는 이동식 화장실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별도 반대 단체를 꾸리고 마을회관에서 공개회의를 열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을 포함해 수백 명이 모였고, 스코틀랜드 의회와 파이프 의회 밖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 마을보다 큰 시설이 1000년 된 성터를 밀어내고 들어선다는 점도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주민들은 현수막과 티셔츠, 포스터를 만들었고, 약 1만5000건의 반대 의견이 이메일로 의회에 접수됐다.
ILI그룹은 Cato 외에도 스코틀랜드 중부에 초대형 데이터센터 두 곳을 더 건설하려 한다. 회사는 주민들이 공동 대응을 위해 점점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음을 안다고 아이리시타임스에 밝혔다. 이어 “오크터툴에서 제기되는 우려는 그 자체로 지역 주민들에게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며, 우리의 책임은 귀를 기울이고 건설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같은 질문에 회사가 다른 답을 내놓았다며 여전히 의구심을 보인다.
회사는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리치 등 주민들은 결국 건설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반대 운동은 새로 이주한 주민과 오래 살던 주민이 함께 행동하면서 마을의 결속을 높이는 계기도 됐다. 리치는 “전보다 마을에서 아는 사람이 훨씬 많아졌다”며 “우리는 계속 시간을 끌 것이다. 데이터센터는 투기적인 골드러시다. 우리는 이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